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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다 해준다는데, 그럼 마케터는 뭘 하죠

2026년 7월 13일#AI#커리어

자동입찰이 입찰가를 정해요. 알고리즘이 타겟을 찾아요. 자동화 캠페인이 지면과 소재 조합까지 골라요. AI가 카피도 쓰고 이미지도 만들고요. 그럼 마케터가 하던 일이 하나씩 사라지는 거 아니냐 — 이 불안, 다들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어요. 조작에서 판단으로요. 오늘은 그게 무슨 뜻인지,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볼게요.

기계가 진짜로 가져간 일

먼저 솔직해집시다. 자동화가 가져간 일은 진짜로 가져간 거예요. 돌아오지 않아요.

마케터의 일이 이동하는 그림. 기계가 가져간 일은 입찰가 수동 조정, 타겟 상세 설정, 지면·시간대 배분, 소재 조합 테스트, 예산 일일 미세조정으로 취소선이 그어져 있다. 사람에게 남은 일은 무엇을 최적화할지 정하기, 그 숫자를 믿을지 판단하기, 예산을 어디에 걸지 결정하기, 실험 설계하고 검증하기다.

입찰가를 손으로 조정하던 일, 타겟을 잘게 나눠 설정하던 일, 지면별로 예산을 미세조정하던 일. 이런 건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잘해요. 초 단위로 수백만 번 계산하는 걸 사람이 이길 수가 없죠.

솔직히 이런 조작 능력이 '실력'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광고 관리자를 능숙하게 다루는 게 곧 실력이던 때요. 그 시절은 지나가고 있어요.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빨라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져요. 기계가 조작을 가져갈수록, 조작이 아니었던 일의 값어치가 올라가요.

기계가 구조적으로 못 하는 세 가지

이건 "아직 못 한다"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예요. 알고리즘이 열 배 똑똑해져도 안 바뀌는 것들이에요.

알고리즘이 구조적으로 못 하는 세 가지. 1) 목표를 정하는 일 - 기계는 주어진 목표를 최적화할 뿐, 지금 최적화해야 할 게 구매인지 첫 결제인지 재구매인지는 안 알려준다. 2) 자기 성과를 검증하는 일 - 광고를 안 봤어도 살 사람이었는지는 자기가 판단하지 않는다. 3) 데이터 밖 맥락을 아는 일 - 재고, 경쟁사 동향, CS 비용 같은 계정 밖 정보가 결정을 바꾼다.

하나씩 볼게요.

1. 기계는 '무엇을' 최적화할지 못 정해요

알고리즘은 주어진 목표를 최적화해요. 이게 전부예요.

"구매를 최적화해줘" 하면 구매를 최적화해요. 아주 잘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최적화해야 할 게 정말 '구매'인지는 안 알려줘요. 첫 결제일 수도, 재구매일 수도, 아니면 구매가 아니라 리텐션일 수도 있잖아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목표를 잘못 주면 알고리즘은 잘못된 방향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달려가요. 그것도 아주 열심히요.

흔한 예가 있어요. 신규 설치를 목표로 잡았더니 설치는 폭증했는데, 그 유저들이 이틀 만에 다 이탈해요. 알고리즘은 자기 일을 완벽하게 했어요. "설치할 확률 높은 사람"을 정확히 찾아줬거든요. 근데 그게 우리가 원한 게 아니었죠. 우리가 원한 건 남는 유저였고요.

기계는 이 차이를 몰라요. 우리가 말해주기 전까진.

그래서 목표를 정의하는 일이 마케터의 첫 번째 일이 돼요. 무엇을 진짜 성과로 볼 것인가. 이건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사업 판단이에요.

2. 기계는 자기 성과를 검증하지 않아요

이게 제일 중요한 얘기예요.

알고리즘은 "내가 이만큼의 전환을 만들었다"고 보고해요. 그런데 그 보고에는 광고를 안 봤어도 어차피 전환했을 사람이 섞여 있어요.

생각해보면 당연해요. 알고리즘은 "전환 확률이 높은 사람"을 찾도록 훈련됐잖아요. 그럼 이미 살 마음이 있는 사람이 최고의 타겟이에요. 그 사람에게 광고를 보여주면 전환이 찍히니까, 알고리즘 입장에선 대성공이죠.

하지만 그건 광고가 만든 성과가 아니에요. 어차피 일어날 일에 도장을 찍은 거예요.

알고리즘은 이걸 구분하지 않아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거예요. 매체는 "우리 광고가 이만큼 성과를 냈다"고 보고할 유인이 있지, "사실 이 중 절반은 어차피 됐을 겁니다"라고 말할 유인이 없거든요. (매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구조가 그런 거죠.)

그래서 검증은 밖에서 해야 해요. 광고를 끈 지역과 켠 지역을 비교하거나, 일부 유저에게만 노출을 막아보거나. 이게 증분 측정이고,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중요해져요. 기계가 알아서 할수록, 그 기계가 준 숫자를 검증할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이 얘기는 광고 머신러닝 학습에서도 다뤘어요. 학습이 잘 끝난 캠페인의 좋은 CPA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가 이거예요.

3. 기계는 계정 밖을 못 봐요

세 번째는 좀 더 현실적인 얘기예요.

알고리즘은 광고 계정 안의 데이터만 봐요. 그런데 결정을 바꾸는 정보는 계정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재고가 다음 주에 떨어진다. 경쟁사가 내일 신제품을 낸다. 이 유저층은 전환은 잘 되는데 CS 비용이 커서 실제론 손해다. 이번 달은 마진이 얇아서 ROAS 300%로는 안 남는다.

이런 건 계정 데이터에 안 찍혀요. 그런데 "예산을 늘릴까 말까"를 결정하는 데는 이게 CPA보다 중요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무게중심이 '판단'으로 옮겨갔어요

정리하면 이래요.

기계는 답을 최적화해요. 사람은 문제를 정하고, 답이 맞는지 확인해요.

예전엔 이 둘이 안 나뉘어 있었어요. 입찰가 조정하고 타겟 만지는 게 일의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앞쪽이 자동화되면서, 뒤쪽만 남았어요. 그리고 뒤쪽이 원래 더 어려운 일이에요.

이게 왜 좋은 소식이냐면요. 조작 능력은 경쟁 우위가 안 돼요. 다들 같은 알고리즘을 쓰니까요. 반면 판단 능력은 차이가 나요. 같은 대시보드를 보고도 어떤 사람은 "CPA 올랐네, 소재 갈자" 하고, 어떤 사람은 "이거 믹스효과인지 효율효과인지 갈라보자" 해요. 그 차이가 성과 차이가 되고요.

그럼 AI 도구는 어떻게 써야 하나

요즘 마케터가 쓰는 AI 도구는 대충 세 종류예요. 각각 대하는 법이 달라요.

하나, 만들어주는 AI (카피·이미지·영상 생성). 소재 제작 시간을 확 줄여줘요.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있어요. 소재를 빨리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니까, 뭘 만들지 정하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100개를 뽑아도 방향이 틀리면 100개가 다 쓸모없어요. 그리고 소재가 많아진 만큼 어느 게 진짜 먹히는지 판별하는 일이 더 어려워져요. 만드는 건 빨라졌는데, 고르는 건 안 빨라졌거든요.

둘, 돌려주는 AI (자동입찰·자동화 캠페인). 이건 위에서 얘기한 그거예요. 잘 쓰되, 학습 구조를 이해하고 결과를 검증해야 해요.

셋, 요약해주는 AI (리포트 자동 생성·인사이트 요약). 편한데 제일 조심할 게 이거예요. 요약은 그럴듯한 문장을 잘 만들어요. 근데 그럴듯한 게 맞는 건 아니에요. "A채널 성과가 좋으니 예산을 늘리세요" 같은 문장이 나왔을 때, 그게 평균을 본 건지 한계효용을 본 건지는 확인해야 해요. 그럴듯한 결론을 검산 없이 실행하는 게 요즘 제일 흔한 사고예요.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하냐면

거창한 게 아니에요. 세 가지예요.

목표를 의심하는 습관. "우리가 지금 최적화하는 게 맞는 목표인가?" 이 질문을 분기에 한 번은 던져보세요. 설치를 늘렸는데 매출이 안 늘었다면, 목표가 틀린 거예요.

숫자를 검증하는 습관. 매체가 준 숫자, 알고리즘이 준 결론, AI가 요약한 인사이트. 다 한 번씩 의심하고 검산하세요. 특히 상관과 인과를 섞지 않는 것. 이게 자동화 시대의 기본기예요.

실험을 설계하는 능력. 기계가 못 하는 딱 하나가 이거예요. 자기 성과를 스스로 검증하는 것. 홀드아웃 하나 돌려볼 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져요.

이 세 가지가 퍼포먼스 마케터 스킬 피라미드의 위쪽 두 층이에요. 아래층(조작)이 자동화될수록, 위층의 값이 올라가는 거고요.

오늘 해볼 것

지금 돌리는 캠페인의 최적화 목표를 열어보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이 목표를 알고리즘이 완벽하게 달성하면, 우리 사업이 정말 좋아지나?"

설치 최적화인데 리텐션이 나쁘다면, 매출 최적화인데 마진이 얇은 상품만 팔린다면 — 목표가 틀린 거예요. 알고리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잘못된 문제를 열심히 푼 것뿐이죠.

이 질문 하나가 대부분의 자동화 사고를 막아줘요.

마무리

알고리즘이 똑똑해질수록 마케터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할 일의 종류가 바뀌는 거예요.

버튼을 누르는 일은 기계가 가져갔어요. 대신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 그 숫자를 믿을지, 어디에 얼마를 걸지 — 이건 여전히 사람 몫이고, 오히려 더 중요해졌어요. 기계가 빠르게 달릴수록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의 대가가 커지니까요.

그래서 지금 마케터가 키워야 할 건 툴을 다루는 손이 아니라, 숫자를 의심할 줄 아는 눈이에요. 자동화가 끝까지 가도 그건 안 가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