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화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이 채널 CPA가 목표보다 30%나 낮은데요?" "그럼 예산 두 배로 올려."
그래서 올렸어요. 첫 주는 괜찮았습니다. 둘째 주부터 슬슬 올라오더니, 3주 차에 전체 CPA가 목표를 넘었어요. 그리고 회의가 다시 잡힙니다. "왜 CPA가 올랐죠?"
저는 이 사이클을 몇 번 돌고 나서야 알았어요. 제가 본 숫자랑, 제가 필요했던 숫자가 아예 다른 거였더라고요.
우선 결론부터 말할게요.
증액 판단은 평균 CPA가 아니라 한계 CPA로 하는 거예요. 평균은 과거 성적표고, 한계는 다음 1원의 가격표입니다.
✔ 평균이랑 한계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해요
평균 CPA는 "지금까지 쓴 돈 전체로 전환 하나를 얼마에 샀나"예요. 과거 성적표죠.
한계 CPA는 "지금 여기서 1원을 더 쓰면, 그 1원이 만들 전환은 얼마짜리인가"예요. 증액할지 말지 정할 때 필요한 건 이쪽입니다.
왜 이게 갈리냐면, 광고 채널은 대체로 수확체감을 따르거든요. 싼 인벤토리랑 반응 좋은 오디언스를 먼저 소진해요. 예산이 커질수록 점점 비싼 사람한테 도달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가 아주 흔해요. 평균 CPA는 목표 아래인데, 한계 CPA는 이미 목표를 넘어선 상태. 이 구간에서 증액하면 전체 평균이 서서히 나빠져요. 그게 몇 주 뒤에 "왜 CPA가 올랐지"로 돌아오는 겁니다. 제가 위에서 겪은 게 정확히 이거예요.
✔ 포화도는 한계를 평균으로 나눈 값 하나예요
복잡할 것 없이 비율 하나로 봅니다.
포화지수 = 한계 CPA ÷ 평균 CPA
- 1에 가까우면 — 아직 선형 구간이에요. 늘려도 효율이 크게 안 나빠집니다.
- 1보다 많이 높으면 — 포화예요. 지금 늘리면 늘린 만큼 안 나옵니다.
- 1보다 낮으면 — 아직 여유가 있어요. 증액 우선순위가 제일 높은 채널입니다.
ROAS 기준이면 방향이 반대예요. 한계 ROAS ÷ 평균 ROAS가 낮을수록 포화입니다. 이거 헷갈리기 쉬우니 한 번 더 확인하세요.
캠페인 포화도 진단에 날짜·채널·비용·성과가 있는 CSV를 넣으면 채널별로 이 지수를 계산해줘요.
✔ 근데 어떤 채널은 "판정 보류"가 나옵니다
여기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어요. 지출이 거의 일정했던 채널은 곡선을 그릴 수가 없습니다.
당연하죠. 점이 한 군데에 다 몰려 있으면 기울기를 알 수가 없잖아요. 매달 500만원씩 똑같이 쓴 채널은 "1,000만원 쓰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에 아예 없어요.
그래서 포화도 판정이 보류로 나오는 채널이 생깁니다. 이건 도구가 못 해주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답을 못 주는 상태예요. 저는 이걸 처음엔 오류인 줄 알고 옵션을 이것저것 바꿔봤는데, 그렇게 나오는 숫자는 그냥 지어낸 숫자더라고요.
이때 필요한 건 통계 옵션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지출을 흔든 구간이에요. 2~3주 정도 한 채널만 예산을 눈에 띄게 올렸다가 내려보세요. 그럼 다음 분기에는 곡선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거 되게 아깝게 느껴지는데, 저는 이 3주가 다음 분기 전체 배분을 바꿨던 적이 있어요.
✔ 포화라고 답이 "중단"만 있는 건 아니에요
포화 판정이 나왔다고 그냥 멈추라는 뜻이 아니에요. 그 예산을 여유 있는 채널로 옮기면 총예산을 안 늘리고도 전체 효율이 올라갑니다.
예산 배분 시뮬레이터가 채널별 곡선을 써서 같은 총예산에서 어디를 늘리고 어디를 줄일지 계산해줘요. 저는 증액 요청이 막혔을 때 이걸로 먼저 답을 찾습니다. 예산을 더 달라고 하는 것보다 통과 확률이 훨씬 높거든요.
✔ 마지막으로, 이건 실험이 아니에요
포화도는 연관 기반 추정이지 인과 실험이 아닙니다. 과거 데이터에서 "지출이 이만큼일 때 성과가 이만큼이었다"를 보고 곡선을 그리는 거예요.
그래서 계절성이 바뀌거나 경쟁 상황이 달라지면 곡선도 같이 바뀝니다. 여름에 그린 곡선을 11월에 그대로 쓰면 안 맞아요.
큰 예산 이동을 하시기 전에는 작게 먼저 옮겨보고 실제로 예측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해요. 저는 보통 계산상 이동분의 3분의 1 정도만 먼저 옮겨보고, 방향이 맞으면 나머지를 옮깁니다.
✔ 오늘 딱 두 개만 해보세요
하나, 지금 제일 잘 나오는 채널 하나만 골라서 최근 8~12주 지출이 실제로 얼마나 변했는지 보세요. 거의 안 변했으면, 그 채널은 지금 증액 판단을 할 근거가 없는 상태예요.
둘, 그 채널 예산을 다음 2~3주만 눈에 띄게 흔들어 보세요. 올렸다 내리든, 내렸다 올리든요. 이게 다음 분기 곡선의 재료가 됩니다.
채널별로 이걸 매번 계산하기 번거로우시면 쓰던 리포트 CSV만 올려보세요. 채널별 한계 CPA랑 포화 여부를 자동으로 잡아주고, 데이터 부족한 채널은 정직하게 보류로 표시해줍니다. 데이터는 브라우저 안에서만 돌고 서버로 안 나가요.
CPA가 목표보다 낮다고 다 증액 신호는 아니에요. 마지막 1원이 얼마짜리인지 먼저 보고 가시죠.